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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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올 1월부터 5월까지 주요한 사회·문화적 흐름과 도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 및 도서 판매 동향을 공개했다.
올 상반기 서점가에서는 팍팍한 삶 속에서 위로받기 위해 ‘고전’을 찾는 한편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자기계발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지속됐다. 이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원작까지 파고드는 ‘디깅(digging) 소비’, 좋아하는 연예인·인플루언서 저서와 추천서를 따라 구매하는 ‘디토(Ditto) 소비’ 경향이 나타났다.

더불어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른 ‘노화’·‘투자’ 등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주요한 사회·문화적 흐름과 도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짚어 봤다.
◇ ‘옛것에 답이 있다’… 시대를 초월해 삶에 울림 주는 ‘고전’ 재조명
올 상반기에는 고된 현실 속에서 단단한 위로와 변하지 않는 통찰을 찾아 쇼펜하우어, 니체 등 옛 철학자들의 사상을 다룬 인문서부터 ‘모순’ 등 소설까지 고전(古典)을 펼친 독자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도서는 단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였다. 지난해 말 TV 예능 노출로 ‘미디어셀러’ 효과를 누린 후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통찰이 현대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5월 3주 차까지 총 25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자리했고, 상반기 전체 집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2위 및 인문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쇼펜하우어 관련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도 각각 상반기 인문 분야 4위와 6위를 달성했다.
소설/시/희곡 분야에서도 고전의 강세가 돋보였다. 양귀자의 ‘모순’이 셀럽, 유튜버 등 유명인의 추천으로 입소문을 통해 역주행하며 확고한 스테디셀러 반열에 합류했다. 2023년 소설/시/희곡 분야 10위에서 올 상반기에는 소설/시/희곡 분야 2위로 훌쩍 올라섰다.
특히 해당 고전 소설에 20대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모순’, ‘인간 실격’, ‘데미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권의 20대 구매자 비율이 모두 올 상반기 소설/시/희곡 분야 전체의 20대 구매자 비율인 13.3%를 웃돈 것은 물론, 많게는 10%p가량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 영화·드라마 보고 원작 디깅(digging) 소비, 유명인 추천서는 디토(Ditto) 소비
관심 있는 영역을 깊이 파고들어 즐기는 ‘디깅 소비’와 선호하는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등의 제안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디토 소비’의 흐름이 서점가에서도 감지됐다. 영화·드라마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작품의 원작 도서까지 찾아보는 것, 그리고 좋아하고 신뢰하는 유명인의 추천에 따라 책을 구매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먼저 대작으로 큰 기대를 모은 영화 ‘듄: 파트2’, ‘웡카’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원작소설의 인기가 ‘디깅 소비’ 트렌드를 입증했다. ‘삼체 1~3 세트’의 경우 콘텐츠가 공개된 기간에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46위에서 4위까지 훌쩍 뛰어올랐고, 상반기 전체 집계로는 소설/시/희곡 분야 5위를 달성했다.
신뢰도 높은 유명인의 ‘믿고 보는’ 추천 도서도 ‘디토 소비’ 경향성에 따라 강한 파급력을 보이며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3년 말 유명 영화 평론가의 ‘올해의 소설책 베스트 4’에 선정된 ‘맡겨진 소녀’는 올 상반기 소설/시/희곡 분야 3위에 등극했다. 더불어 ‘맡겨진 소녀’의 저자 클레어 키건이 화제를 모으며 신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2024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8위 및 소설/시/희곡 분야 1위에 올랐다.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3위와 에세이 분야 1위를 달성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또한 해당 평론가의 유튜브 추천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사례다.
이와 함께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비롯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팬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들의 에세이가 다수 출간되며 상반기 에세이 분야 10위권 내 6권이 포진했다. 3월 중국으로 환송된 푸바오의 마지막 1년을 담은 포토 에세이 ‘푸바오, 언제나 사랑해’와 강철원 사육사의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는 팬들의 적극적 지지로 3위와 4위에 올랐다.
이어 솔직담백함으로 Z세대 대표 유튜버로 떠오른 양유진(빵먹다살찐떡)의 투병기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133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문상훈의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뮤지션 김창완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스포츠계 김성근과 손웅정의 ‘인생은 순간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도 큰 사랑을 받았다.
◇ 초고령화 시대, 책으로 먼저 준비하는 ‘웰에이징(Well-aging)’과 노년의 삶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화’, ‘나이듦’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커지며, 건강한 나이듦을 뜻하는 ‘웰에이징(Well-aging)’부터 노년의 삶·죽음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도서가 관심을 받고 있다.
‘노화·나이듦’ 관련서는 2023년 64종에 이어 2024년 상반기에만 31종이 출간됐고, 판매량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다.
2024년에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속노화법’으로 화제를 모은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과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웰에이징’ 관련 대표 도서인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은 지난해 연말 출간 이후 5월 4주 차까지 총 26주간 건강 취미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자리했고, 상반기 전체 집계로는 건강 취미 분야 1위를 달성했다. 더불어 나이듦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등도 사랑을 받았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40·50대가 이전처럼 은퇴가 가까워진 나이가 아닌, 새로운 시작 혹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재조명되며 4050세대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인문서가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출간되는 추세다. ‘마흔’ 키워드 도서와 ‘오십’ 키워드 도서 모두 올 상반기까지 출간 종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 불변의 재테크 인사이트를 찾아서… 회복된 투자 심리에 투자서도 ‘반짝’
종합 100위권 내 경제 경영 분야 도서가 13권 포진하며 올 상반기에도 경제 경영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됐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목과 인사이트를 전하는 책들이 사랑받는 경향성은 여전했다.
상반기 경제 경영 분야 최대 베스트셀러는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올해 2월 출간 이후 5월 4주 차까지 총 12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점유했으며,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4위 및 경제 경영 분야 1위를 달성했다. ‘불변의 법칙’의 약진으로 해당 도서가 속한 ‘재테크일반’ 하위 분야는 2024년 상반기에 2023년 하반기 대비 22.3% 판매 증가했다.
그 외 ‘불변의 법칙’ 저자 모건 하우절의 전작 ‘돈의 심리학(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의 스테디셀러 ‘돈의 속성 300쇄 리커버’를 비롯해 절판 후 재출간된 ‘퍼스널 MBA’,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이 예보하는 미래 시대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까지 쉽게 변하지 않는 인사이트를 통해 좀 더 본질적인 탐구를 돕는 도서 5권이 상반기 경제 경영 분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으로는 주식·비트코인 등 직접적인 투자 방법을 다룬 투자서들이 다시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투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이 지난해 12월 출간 이후 5월 3주 차까지 총 20주간 경제 경영 분야 10위권의 자리를 지켰고, 상반기 전체 집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11위 및 경제 경영 분야 2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 ‘비트코인 슈퍼 사이클’까지 총 3권의 투자서가 상반기 경제 경영 분야 10위권 내 자리했다. 다가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
2024년 상반기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2023년과 동일하게 ‘세이노의 가르침’이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중순 출간 이후 올해 5월 4주 차까지 무려 68주간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하며 올 상반기에도 부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 ‘세이노’가 지난 20여 년간 발표해 온 칼럼들을 엮은 책으로, ‘피보다 진하게 살라’는 그의 말처럼 삶에 대한 치열한 통찰과 조언을 전한다.
지난 2022년에는 ‘K-힐링 소설’의 원조인 ‘불편한 편의점’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데 반해 2023년에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밝지만은 않은 미래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어 위기에 대비하고자 하는 대중의 의지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C) 케이로그뉴스 박경미 기자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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